미국 경제와 한·일 협상, 그리고 세계화 이후의 도전
최근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단순한 경기 지표나 주가의 변동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그로 인한 한·일 협상의 파장은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구조 전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흐름이며, 실제 경제 펀더멘털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주가 상승이 경제 개선을 반영한다기보다 "베

부자아빠85
September 19, 2025

미국 경제와 한-일 협상, 그리고 세계화 이후의 도전
최근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단순한 경기 지표나 주가의 변동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그로 인한 한-일 협상의 파장은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구조 전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흐름이며, 실제 경제 펀더멘털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주가 상승이 경제 개선을 반영한다기보다 "베드 이즈 굿(Bad is Good)"이라는 역설적 상황, 즉 불확실성과 위기가 오히려 유동성 공급 기대를 키우는 데 따른 현상이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아젠다 47의 현실적 차질이다. 미국은 일본, 한국, 유럽을 상대로 막대한 금액의 특별기금(SPC) 출자를 요구했는데, 일본은 조기에 굴복하면서 5,500억 달러를 약정했다. 이는 미국이 투자처를 임의로 결정하고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불리한 구조였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기준 삼아 한국에도 3,50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며,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소진해야 하는 조건은 사실상 국가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단순한 무역 협상이 아니라 '강탈'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의 성급한 합의가 한국과 유럽에 불리한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도 뼈아프다. 트럼프의 계산은 경제 규모나 통화 체제 차이를 고려한 합리적 기준이 아니라 단순한 비교 논리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즉 "일본이 했으니 한국도, 유럽도 따라야 한다"는 식의 압박이 작동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법적 구속력조차 없는 딜(deal)에 끌려들어 가며, 향후 언제든 조건이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을 떠안게 됐다.
세계화 이후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제조업 공동화로 인해 국가 부채는 급격히 늘었고, 재정적자는 위기 시기 수준을 상회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포퓰리즘적 재정 지출에 의존하면서, 한 번 늘어난 복지나 지원을 줄이기 어려운 정치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이 선택한 대응책은 결국 동맹국의 자금을 흡수하는 방식이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질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가 구상했던 러시아와의 협력 시나리오도 틀어졌다. 애초 계획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통해 러시아를 포섭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가격을 낮추며 동시에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러시아가 북-중과 연대하면서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억제 전략은 힘을 잃었고, 금리 정책 또한 단기적 경기 둔화 대응에 치우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첫째,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기축통화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협상 논리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외환보유액을 무리하게 투입하기보다는 직접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 기여 방안을 제시해 설득을 이어가야 한다. 셋째, 일본과 같은 성급한 합의를 피하고 유럽과의 공조를 통해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게 저자세가 요구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일관된 논리와 국제적 공조 없이는 불리한 조건을 되돌리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한-미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 이후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 그리고 그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시도 속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식 협상은 이성적 산술보다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므로, 우리의 대응 또한 치밀한 전략과 국제적 연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